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붓끝에 머무는 이름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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붓끝에 머무는 이름들
명진 송계춘
명진송계춘

붓끝에 머무는 이름들

2026한지에 먹, 혼합재료70x60cm

작가 노트 (Artist Statement)

붓끝에 머무는 이름들 : 20여 년의 기억을 쓰다 이십여해의 봄과 겨울을 지나왔습니다. 교실 창가에 비치던 햇살 아래, 저마다의 빛깔로 반짝이던 아이들의 눈망울을 기억합니다. 흐르는 세월 동안 많은 아이가 나의 교실에서 세상이라는 바다로 나갔습니다. 내 기억 속 그들은 여전히 열 살 언저리의 천진난만한 모습으로 멈춰 서 있습니다. 하지만 그 시절 우리가 나누었던 감정들은 단 한 번도 같은 색이었던 적이 없었습니다. 어떤 아이는 설레는 노란색으로, 어떤 아이는 조금은 위태로운 파란색으로, 또 어떤 아이는 가슴 아린 보라색으로 내 마음 한구석에 새겨져 있습니다. 이제는 길에서 우연히 마주쳐도 훌쩍 커버린 그들을 제가 먼저 알아채지 못할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괜찮습니다. 오늘 이 글씨들이 바람을 타고 흘러가 이름 모를 제자들의 삶에 작은 위로로 닿기를 바랄 뿐입니다. 이 작품은 단순히 글자를 쓰는 작업이 아닙니다. 내게 온 모든 '나의 아이들'에게 건네는 뒤늦은 고백이자, 그들이 걸어가는 모든 길을 응원하는 소리 없는 기도입니다. 그리움이 먹물이 되어 번지는 오늘, 나는 다시 한번 내 마음 속에서 맑게 웃고 있는 아이들의 이름을 정성껏 써 내려갑니다.

Audio Guide

AI Docent

울퉁불퉁한 질감이 살아있는 한지 조각들이 마치 이십여 년의 세월을 켜켜이 쌓아 올린 마음의 지형도처럼 펼쳐져 있습니다.

그 격자무늬 사이사이로 스며든 흑백의 기록들은 교실 창가에 머물던 따스한 햇살과 아이들의 맑은 눈망울을 아련하게 소환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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