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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obiscu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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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담 박은혜
청담박은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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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혼합재료, 새김25x33c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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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렬한 원색의 면들이 분할된 화면 중앙으로 한 줄기 빛을 등진 목자의 뒷모습이 보입니다.

이 작품 노비스쿰은 우리와 함께하시는 신성을 찬란한 색채와 견고한 선으로 담아내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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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 노트 (Artist Statement)

인생이라는 화선지 위에 세월이라는 붓을 든 지도 어느덧 여러 해가 흘렀습니다. 돌아보면 지나온 궤적은 단순한 숫자의 흐름이 아니었습니다. 그것은 켜켜이 쌓여 하나의 문장이 되고, 때로는 짙은 먹의 농담이 되어 삶의 구석구석을 채워온 '쌓임'의 과정이었습니다. 전각(篆刻)은 깎아내고 비워냄으로써 비로소 형상을 얻는 예술입니다. 단단한 돌 위에 칼끝을 세울 때마다 저는 제 안의 소란을 깎아내고 본질을 마주합니다. 이번 작업에서 예수님의 부활을 전각으로 새긴 것은, 단순히 글자를 조각하는 행위를 넘어 죽음을 이기신 그분의 생명력을 제 심장 가장 깊은 곳에 영원히 각인하고 싶습니다. 새겨지는 소리는 기도가 되고, 새겨진 자리에는 부활의 소망이 채워집니다. 그렇게 새겨진 이야기는 결코 지워지지 않는 제 신앙의 인장(印章)이 되어, 흔들리는 세상 속에서도 저를 붙들어주는 단단한 이정표가 됩니다. 부활의 기쁨 뒤에는 그 길을 묵묵히 뒤따랐던 제자들의 발걸음이 있습니다. 저는 화면 위에 그들의 흔적을 그려 넣으며 저 자신을 투영해 봅니다. 앞서가신 스승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거친 길을 마다하지 않았을 그들의 마음이, 오늘날 붓을 들고 진리를 쫓는 저의 마음과 다르지 않음을 느낍니다. 글씨를 쓰고 전각을 새기는 행위는 저에게 곧 ‘따름'의 선언입니다. 제자들이 스승의 발자취를 따라 험한 길을 건넜듯, 저 또한 작품 하나하나에 그 길을 걷겠다는 굳은 다짐을 새깁니다. 화선지 위에 번지는 먹의 흔적은 제가 그분을 따라간 오늘의 발자국이며, 돌 위에 겹겹이 새긴 칼선은 그분을 향한 변치 않는 약속의 무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