겹겹이 쌓인 마음들

작가 노트 (Artist Statement)
글씨를 쓰며 수많은 인연을 만납니다. 예쁘게 쓰는 것에만 몰두했던 필치는 시간이 흐를수록 그 안에 담긴 사람의 시간과 진심을 투영하기 시작합니다. 마주 앉아 나눈 서툰 고백들이 붓 끝을 타고 흐르면, 하얀 화선지는 세상에서 가장 고요한 고해소가 되어 우리를 안아줍니다. 누구에게나 가슴 깊은 곳에 가둬 두었던 이야기가 있습니다. 용기를 내어 고백하듯 글씨로 표현하는 순간, 이야기는 마법처럼 치유의 힘을 얻습니다. 차마 내뱉지 못한 슬픔을 화선지에 쏟아낼 때 비로소 마음의 무게는 가벼워집니다. 그렇게 건네받은 위로들을 소중히 거두어 제 마음 밭에 심습니다. 글씨를 통해 나눈 이 이야기들은 이제 제 삶을 지탱하는 단단한 거름이 되었습니다. 마음에 심은 이야기들은 씨앗이 되어 제각기 다른 모양으로 싹을 틔웁니다. 어떤 마음은 은은한 향기로, 어떤 마음은 상쾌한 숲의 내음으로 피어납니다. 수줍은 향기도 있고, 때로는 시린 계절을 견디고 처절하게 피어난 동백꽃 같은 진심도 있습니다. 제게 위로로 다가왔던 이 획들이 겹겹이 쌓여, 다시 누군가에게는 작은 희망의 씨앗이 되길 소망합니다. 이 작품을 완성하기 위해 여러 날 동안 색을 뿌리고, 선을 덧그리고, 다양한 종이를 붙이며 고심했습니다. 때로는 마음처럼 되지 않아 포기하고 싶기도 했지만, 못내 남은 미련을 붙잡고 밤늦도록 꼴을 만들어 나갔습니다. 오랜 시간 가만히 들여다보아야만 했던 그 선들은, 어쩌면 제가 온전히 이해하지 못해 거리를 두었던 사람들일지도 모릅니다. 그러나 이제 그 선들은 한데 섞여 저마다의 빛깔을 내뿜고 있습니다. 그저 부족한 제 글씨가 당신의 고단한 마음 한구석에 작은 쉼표 하나 찍어줄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AI Docent
한지 위에 일렁이는 선명한 분홍빛 획들은 우리가 살아오며 마주한 수많은 인연의 얼굴이자 깊은 속마음처럼 보입니다.
작가는 그저 예쁜 글씨를 쓰던 손길을 멈추고, 붓 끝에 타인의 시간과 진심을 오롯이 담아내기 시작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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