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겹, 연대라는 이름의 단단한 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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겹, 연대라는 이름의 단단한 뿌리
백선 정은정
백선정은정

겹, 연대라는 이름의 단단한 뿌리

2026한지에 먹, 한국화물감50x60.6c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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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Docent

화면을 가득 채운 푸른 빛의 물결을 가만히 따라가다 보면, 한지를 조심스레 찢고 다시 정성껏 붙여낸 거친 결들이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옵니다.

작가는 시간이란 결코 단번에 쌓이지 않는다는 진리를, 겹겹이 포개어 올린 푸른 종이의 층을 통해 묵묵히 증명해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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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 노트 (Artist Statement)

시간은 한 번에 쌓이지 않는다. 보이지 않는 순간들이 겹겹이 포개지며 어느새 한 사람의 삶이 되고, 하나의 마음이 된다. 푸른색으로 물들인 한지를 찢고, 다시 붙이며 그 결들을 더듬어 본다. 곧게 정리된 층이 아니라, 서로 스며들고 어긋나며 이어지는 겹들. 쉽게 갈라질 것 같던 시간 속에서도 끝내 흩어지지 않으려는 마음들이 있었다. 보이지 않는 방향에서 서로를 향해 기울이던 작은 움직임들. 나는 그 안에서, 붙들고 버티게 하는 힘을 보았다. 절망의 문턱에서 서로의 온기를 나누던 평범한 이들의 손길. 혼자서는 건너기 어려운 시간들이 누군가의 존재로 인해 건너질 수 있다는 것. 그 시간은 나의 것이면서 동시에 우리가 함께 쌓아온 시간에 대한 기록이기도 하다. 각자의 상처와 믿음, 흔들림과 다짐이 겹쳐지며 마침내 하나의 단단한 뿌리가 되어 간다. 보이지 않지만 서로를 붙들고 있는 힘, 겹쳐질수록 더 깊어지는 관계의 결. 나는 그 조용하고도 강한 연결을 이 푸른 겹들 위에 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