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에 새긴 시간


나무에 새긴 시간
AI Docent
어둠이 내려앉은 화폭 위로 크고 작은 나무 조각들이 은하수처럼 유려하게 흐릅니다.
작가는 이 둥근 단면들을 통해 나무가 묵묵히 견뎌온 계 절의 기억을 하나둘씩 펼쳐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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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 노트 (Artist Statement)
나무는 언제나 그 자리에 있었습니다. 볕이 좋은 날에도, 이름 없는 바람이 잎사귀를 흔들고 지나가는 고요한 새벽에도 나무는 그저 묵묵히 제 자리를 지키며 서 있었습니다. 말없이 계절의 강을 건너며 스스로를 흔들고, 견디고, 다시금 연한 잎을 틔워내는 그 뒷모습을 나는 아주 오랫동안 곁에 서서 바라보았습니다. 나무는 내게 서두르라 재촉하지 않았고, 화려한 위로의 말을 건네지도 않았습니다. 그러나 시간을 대하는 나무의 정직한 방식은 어느새 나의 삶과 자연스레 겹쳐졌습니다. 굳건히 뿌리 내리고 서 있는 줄 알았으나 실은 매 순간 흔들리고 있었음을, 그 흔들림마저도 자리를 지키기 위한 고결한 몸짓이었음을 나무를 보며 깨달았습니다. 쉽게 꺼내어 보여주지 못한 감정들, 차곡차곡 채워진 기억들이 층층이 쌓여 나이테가 되듯, 나의 시간도 그렇게 겹겹이 쌓여 하나의 무늬가 되었습니다. 때로는 시리고 고단했던 날들도 있었으나, 돌이켜보면 그 모든 순간이 나를 지탱하는 단단한 옹이가 되어주었습니다. 이제 그 소박하고도 깊은 시간의 고백들을 하얀 종이 위에 먹의 향기로 펼쳐내 봅니다. 나는 앞으로도 나무처럼 조용히 존재하며, 나에게 주어진 이 흐르는 시간들을 여전히 사랑하며 살아갈 것입니다. 비록 눈에 띄지 않을지라도 조용히 견뎌온 모든 시간은 결코 헛되지 않았음을 믿습니다. 숲의 깊은 곳, 보이지 않는 곳에서도 지금 이 순간 꽃은 피어나고 있습니다. 나의 필치(筆致)가 누군가의 마음 곁에 한 그루 나무로 서서, 잠시 쉬어갈 수 있는 그늘이 되기를 소망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