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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원이 되는 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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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원이 되는 순간
창해 김동수
창해김동수

영원이 되는 순간

2026한지에 먹, 혼합재료93x63cm, 53x33c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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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얀 한지의 거친 질감 위로 내려앉은 색색의 조각들은 마치 부서진 햇살이 영혼의 창을 두드리는 듯합니다.

작가는 이 조각들을 통해 빛과 형태가 교차하는 영적인 찰나를 세밀하게 포착해 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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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 노트 (Artist Statement)

어느 스테인드글라스 전시에서 마주한 문장 하나가 마음을 붙들었습니다. “빛이 선명해질수록 형태는 흐릿해지고, 형태가 분명해지면 빛은 다시 숨는다.” 이 시선은 저를 영적 성찰로 인도합니다. 저에게 빛은 하느님입니다. 하느님이라는 빛은 ‘나’ 라는 형태를 통하여 당신의 신비를 드러내십니다. 주님의 사랑이 모두를 감싸 안을 때, 비로소 나의 완고한 자아는 녹아내리고 ‘나’라는 형태는 흐릿해집니다. 수도승들이 하느님 앞에서 도무지 존재하지 않는 ‘無’의 상태에 머물고자 했던 이유도 이와 같을 것입니다. 그러나 때때로 저는 하느님이 이루어주신 신비를 마치 내가 일구어낸 결과인 양, 인간적인 위선과 자만으로 하느님을 내 뒤로 숨게 하곤 합니다. 하지만 하느님 앞에서 나는 아무것도 아니어야 합니다. 나를 이 세상에 있게 하는 유일한 동력은 오직 그분의 사랑이기 때문입니다. “사랑이 없으면 나는 아무것도 아닙니다.”(1코린 13,1) 예수님께서 베드로에게 당신 뒤에 있으라고 하신 말씀처럼(마태 16,23), 사람의 일이 아니라 하느님의 일이 먼저임을 고백합니다. 영원한 생명은 죽음 후 우리가 맞이하는 생명이 아니라, 이 세상에서 주님을 믿는 모든 이에게 시작되는 생명입니다. 그 생명은 하느님 나라에서 완성되겠지만, 우리는 지상 여정의 순간 순간 그 생명을 느낍니다. 그것은 내 존재가 빛을 품는… 아니, 사실은 빛이 나를 온전히 품어 안는 찰나의 순간일 것입니다. 그 찰나에 영원히 머물고 싶어 하는 마음은 거룩한 변모를 목격한 베드로가 초막을 짓고 싶어했던 갈망(마태 17,4)과 닮아있습니다. 그러나 우리는 이 삶의 여정에서 빛이 다시 숨거나, 형태가 흐릿해지는 상황을 계속 경험하게 될 것입니다. 그리고, 빛이 선명하게 드러나도록 저는 계속해서 그분의 영광을 찬미할 것입니다. 이것이 우리의 여정에 빛이 겹겹이 쌓이는 순간들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