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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기로 빚은 세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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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기로 빚은 세월
소화 권준일
소화권준일

온기로 빚은 세월

2026한지에 먹, 한국화물감60.5x50cm

작가 노트 (Artist Statement)

‘내 삶의 행간(行間)마다 당신들이 피어 있었습니다’ 삶을 되돌아보니, 나의 시간은 오롯이 '나'이기보다 누군가의 아내로, 또 어머니라는 이름의 깊은 뿌리로 살아온 날들이었습니다. 하지만 그것은 잃어버린 시간이 아니라, 가족이라는 커다란 나무를 품어 안기 위해 스스로 단단해진 숭고한 성장의 계절이었습니다. 나의 붓길은 늘 가족을 향한 간절한 기도로 시작되었습니다. 붓끝에 먹을 적시듯 매일의 일상에 사랑과 정성을 적셨습니다. 거친 세상 속에서 아이들의 지붕이 되고, 시린 바람을 막아주 는 든든한 외투가 되어주고 싶었던 그 마음이 켜켜이 쌓여 오늘 우리 가족의 환한 웃음꽃이 되었습니다. 이제 나의 붓길에는 세월의 리듬이 흐릅니다. ‘부디 아프지 않기를, 넘어지더라도 다시 일어날 지혜를 얻기를’ 종이 위로 번져가는 먹향은 내가 홀로 삼켰던 눈물이자, 기도로 승화시킨 간절한 염원입니다. 이제 사랑하는 이들과 마주 앉아 차 한 잔 나누는 평화로운 '쉼'의 미학을 배우려 합니다. 서두르지 않는 붓의 흐름처럼, 남은 생도 가족이라는 숲 안에서 조용히 숨 쉬며 따스한 그늘이 되어주고 싶습니다. 나의 생을 기꺼이 내어준 선택이 인생에서 가장 찬란한 축복이었음을, 서툰 글씨들을 통해 고백합니다.

Audio Guide

AI Docent

화면 위로 층층이 쌓인 다채로운 빛깔들은 작가가 온몸으로 통과해 온 삶의 층위를 고스란히 비춥니다.

한지 위에 스며든 황금빛과 녹음, 그리고 포근한 분홍빛은 온기로 빚은 세월이라는 제목처럼 한 여성이 아내와 어머니라는 이름으로 일궈낸 숭고한 기록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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